[평론] 2004 김길후 단체전

 

2004 서울시립미술관 기획 삶의 풍경전

Life Landscape, Seoul Museum of Art, Seoul, Korea

 

 

 

  ● 김길후 작가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지역미술계와 중앙 미술계 양쪽으로부터 감내해야만 했던 아웃 사이더로서의 분노를 200호가 넘는 블랙 페인팅 안으로 발산함으로써 김길후 예술가의 삶의 풍경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 박파랑 



 











 

 <알바트로스>(2004)는 2004년 서울시립미술관이 기획한 <삶의 풍경-예술가의 초상>을 위해 그려진 작품이다. 이 전시는 황지우의 시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 를 공동분모로 하여 시에서 표현된 일상을 주제로 전시 참여 작가들의 자기고백을 담은 구상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검은 눈물에서 비밀의 화원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제작된 이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큰 새 알바트로스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한 인물의 손 위에 죽은 듯이 축 늘어져 있는 또 다른 작품과 한 쌍으로, 그 인물의 양 손을 확대하여 그린 것이다. 큐레이터 박파랑은 <알바트로스> 시리즈에 대해 지역미술계와 중앙미술계 양쪽으로부터 감내해야 했던 지방작가로서의 소위 아웃사이더적인 기질이 커다란 검은 회화 안으로 발산된 것이라 평했다. 한편 김길후는 <사유하는 손> 등의 2010년 이후 시리즈에서 손과 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알바트로스>에서는 작가의 최근 작업 방향을 예고하듯 화대한 양 손이 캔버스들 가득 채운다. 이를 동해 "얼굴처럼 치장할 수도 없지만 진실하고 순수한 표정을 날 것으로 드러내는" 손의 표현력에 집중하고 있다.


 김길후(1961-)는 계명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01년 공산갤러리(대구), 2003년 (갤러리 M, 대구), 2005년 <비밀의 화원>(한가람미술관/관훈갤러리, 서울), 2006년 (갤러리 분도, 대구), 2010년 (갤러리 터치아트, 파주) 등 개인전을 개최했다. 주요 단체 전으로 2004년 <삶의 풍경(Life Landscape)>(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7년 <새로운 한국회화전>(전주문화예술회관, 전주), 2011년 <Collage of Memories>(쇼카아트센터, 북경, 중국) 등이 있다.


 김길후는 블랙 페인팅의 화가로 불린다. 검은색으로만 칠해진 그의 작품은 얼핏 보기엔 짓누르듯 무겁게 다가오지만 결코 체념과 상실을 말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흡수하고 수용한다는 점에서 검은색의 매력을 발견했다는 작가는 작업의 지향점을 "회망이 없는 곳에서 회망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김길후의 작품은 크게 '검은 눈물', '비밀의 화원' 그리고 '갈 드로잉'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토마스 아놀드, Thomas Arnold, 뉴욕 메리분 갤러리 디렉터). 2001년부터 시작된 <검은 눈물> 시리즈는 캔버스 위에 종이를 여러 번 바르고 먹과 아크릴을 칠해 층을 만든 후, 못으로 긁고 망치로 두들겨 날카로운 선을 그어 드로잉하듯 그린 그림이다. 2004년부터 제작된 비밀의 화원 연작에서는 행복했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성장기의 욕망이 드러난다. 특히 꽃(백합)의 표현이 부각되고 빛바랜 색조를 통해 화면에 활력을 부여한다. 2008년 칼 드로잉 연작에서 작가는 붓 대신 칼을 사용하여 형상을 표현한다. 종이를 캔버스에 배접한 후 표면에 색을 얇게 칠한 다음 칼로 그어 오려내 밑바탕의 흰 종이를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보다 세밀한 선으로 이루어진 정교한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참고>

SeMA - 전시 상세 (seoul.go.kr) / ■ 네오룩_www.NEO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