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2024 김길후 개인전

 

길 후 개인전 | 《불이(不二)》 ?


Gil-hu Solo Exhibition | Consistent ?


ANANTI CULTURE CLUB 2024.08.01 (Thu) ? 2024.10.01 (Tue)

 

 

<작가 소개>

 


 

김길후(1961-) 작가는 변화무쌍한 창조성을 갖춘 작가는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회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의 예술 화두는 ‘현자(賢者)’와 ‘바른 깨우침(正覺)’의 의미를 회화로 표현하는 방법에 자리한다. 작가는 그림의 진실한 추구에서 여래(如來)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 내면에 이미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진명

 

<작품 소개>



The Thinking Hand, 2010, Mixed media on canvas, 227x182cm


 김길후는 2000년대 들어서 불학에 정진했다. 당시 정각정행(正覺正行)의 요체에 대하여 어렴풋이 알았다고 한다. 정각정행은 수신(修身)의 요체(要諦)이다. 정각은 바른 자리를 깨달았다는 뜻으로 바른 자리는 유무가 아니다. 그것은 선악도 아니며, 시비도 아니다. 생사도 떠나며, 고락도 불허한다. 일체를 부인함도 아닌 자리로서, 만일 이 바른 자리를 깨닫고(覺) 보면 바른 자리가 곧 부처님의 마음자리이다. 동시에 각자의 마음자리이다. 일체중생의 근본처(根本處)이다. 이를 견성(見性)이라고 한다. 정행(正行)은 유무와 선악과 시비와 생사와 고락과 허무와 편벽됨이 없는 중도의 행(行)을 이름이니, 곧 집착(執著)이나 편착(偏着) 없는 원만한 행위이자 실천이다. 사유는 정각을 가리키며 작품에서 90도로 기울인 얼굴이 정각을 상징하는 도상이다. 손은 바르고 원만한 행위, 즉 정행(正行)을 상징한다. 매우 두터운 매질과 안료를 섞어 캔버스 화면에 올려서 부조의 느낌을 주었다. 회화임에도 조각적 입체감을 자아내며 인물의 표정은 매우 깊이 있다. 반짝이는 표면의 빛남은 현자만의 엑스터시를 직감하게 한다. <사유의 손>은 2014년 베이징 화이트박스 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전시된 바 있다.



Untitled, 2014, Acrylic on canvas, 230x160cm

 

오른쪽에서 미명이 떠오르니 밝은 아침 해가 거뭇한 칠흑의 밤을 물리치고 있다. 인류사의 많은 그림의 역사와 시사(詩史)에서 어둠이 빛을 잡아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길후의 <무제>는 빛이 어둠을 밀어내는 찰나의 순간을 담고 있기에 보는 이는 통쾌한 것이다. ‘陽’이 ‘幽’를 물리치는 장면이야말로 ‘유미입진(由美入眞)’의 경지이다. 아름다움을 통해서 진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어진 사람[賢者]은 세파에 시달려도 무릎 꿇지 않고 언젠가 기필코 빛(진리)으로 어둠(거짓)을 물리친다. 불교의 미륵보살이 그것이며, 『주역』의 복괘(復卦)가 그것이고, 그리스도의 복음(福音)이 그것이다. 현자는 오른쪽을 향하여 마주한다. 그윽하게 눈을 감았다. 미명은 현자의 미려한 비익(鼻翼)과 인중을 밝게 물들이며, 희열을 머금은 눈가를 비춘다. 눈가에는 눈물이 이슬처럼 영롱하다. 구유(九幽)처럼 어두운 좌측 화면은 강렬한 마티에르 효과를 주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자의 안면에 핏줄과 주름이 솟아있음을 감지한다. 고난과 곤경의 역사를 압축한 듯하다. 반면, 오른쪽에서 밀려드는 밝은 미명은 다가올 한낮의 빛, 즉 보조(普照)를 예견한다. 진리는 언제나 강렬한 대조를 이루어 표현되는 것이다. 작품의 마력이 여기에 있다.


이진명







<전시 소개>


길후 작가는 2010년대부터 선보인 <현자>와 <사유의 손>에서 계속해서 변화하는 인간의 삶에서 포착된 깨달음의 순간을 그려냈다. 인물을 전경에 크게 내세운 파격적인 구도와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그의 선에서 그 어떤 주저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양한 재료를 두텁게 쌓아 올린 표면은 마치 동굴 벽화를 떠올리며, 종교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고요한 어둠 속에 자리한 인물은 열반의 빛을 느끼는 모습으로 그려지거나, 그를 둘러싼 주변과 하나 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작품 속의 '현자'는 부처인 동시에 작가이기도,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이기도 하다. 바르게 보고 행하는 수행을 거쳐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작가는 2020년대부터 일필휘지의 에너지가 담긴,선(線)적인 요소가 지배적인 유화를 선보여왔다. 흩날리듯 켜켜이 쌓아 올려진 선에는 인연화합에 따라, 흘러내리거나 솟구쳐 오르는 고정불변한 진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인간의 형상 같기도, 커다란 나무의 모습 같기도 한 형체는 꿈과 같은 우리의 삶을 연상시킨다. 현상의 모든 것은 우리가 매 순간 선택한 마음의 거울에 따라 그 모습과 느낌을 달리 한다. 작가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일체유심조 ( 一切唯心造), 즉 마음의 세상임을 상기한다.


이진명